얼마 전 인터넷 신문에서 눈길이 멈추는 기사가 있어, 읽고 올린 동영상도 봤다. 동영상 속의 어머니에게서 우리들의 어머니가 겹쳐지고 가슴이 먹먹해서 한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기사는 미국에 사는 어떤 분이 알츠하이머 질환을 앓고 있는 자기 엄마에게 자신의 임신 소식을 알려주는 동영상을 몇 달에 걸쳐 찍어 블로그에 올린 내용이었다.
딸이 동영상을 찍은 날짜는 다 달랐지만 딸의 이야기에 반응하는 엄마의 모습은 한결 같았다. "정말? 와! 아주 잘 되었구나!"라며 함박웃음으로 딸을 쳐다보기도 하고 임신 중반기엔 배가 나온 모습을 신기하다는 듯 쳐다보기도 했다. 반복되는 똑같은 소식에 어머니는 매 번 처음 듣는 소리라는 표정으로 웃고 신기해하고 대견스러워하셨다.
이 동영상이 화제가 되어 엄마가 유명해졌다고 딸이 알려주자 그 어머니는 이렇게 답하셨다. "Why?"
드라마나 영화를 찍는 배우들은 하나의 장면을 위해 여러 번 같은 동작, 대사, 표정을 해야 한다. 전체적인 배경이 다 나오는 풀 샷, 가슴 높이까지 다가가 찍는 바스트 샷, 얼굴만 크게 나오는 클로즈업 등등. 어떨 때는 한 장면을 수십 번 촬영한다고 하니 같은 동작과 표정을 매 번 처음처럼 해야 하는 배우들의 노고가 상상 이상일 것 같다. 이런 측면에서 배우들과 알츠하이머 어르신들은 닮은 점이 있다. 하지만 배우들은 연기가 끝나는 때가 찾아오지만 어르신들은 그렇지 않다는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어르신들 안부가 궁금해 들르면 항상 물으신다. "어데 사나? 성이 뭔가?"
어제도 오늘도 질문은 똑같고, 마치 처음 듣는 질문인 양 답을 한다. "읍에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