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요양원 1층 로비에는 기다란 소파가 있는데, 아침 저녁으로 어르신들께서 앉아 계실 때가 많다. 오후 퇴근시간에도 가끔 앉아 계시는데, 허리 숙이며 인사를 건넨다. "어르신, 집에 다녀오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분도 있고 손짓하시며 잘 다녀오라고 답하시는 분도 계시다. 하지만 정작 인사를 건네고 돌아서는 심정은 편치가 않다. 그 누구보다도 집에 돌아가고 싶어하는 분들이 우리 어르신들이기 때문이다.
노인병원이나 요양원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광경은 어르신들이 까만 비닐봉지나 가방에 짐을 잔뜩 우겨넣고 엘리베이터 앞이나 현관 앞에서 무엇인가를 기다리는 모습이다. 다가가 어디 가시냐고 물으면 십중팔구 집에 간다고 하신다. 이따금 직원이나 방문객의 팔을 잡고 00리를 가려는데 버스가 어디 서냐고 묻기도 하시고 움직임이 여의치 않은 분들은 자신의 침대에서 온종일 짐을 쌌다 풀렀다를 반복하시기도 한다. 아무리 요양원의 시설이 좋고 직원들이 친절해도 집으로 향하는 그 마음이 없어질 리 만무하다.
몇 년 전 일본 요양원 연수를 갔는데, 견학한 시설은 우리의 시설에 비해 훨씬 더 안락하고 편안한 곳이었다. 거의 집에 가까운 구조로 되어있어서 부러울 지경이었는데, 견학을 마치고 나오면서 한 어르신이 내리는 비를 뚫고 쇼생크 탈출의 한 장면처럼 옥외 계단을 타고 도망가는 것을 목격했다. 물론 안 그런 경우도 있겠지만, 어쩔 수 없으니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시설에 계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암살>이라는 영화에서 많은 관객의 마음을 울컥하게 만든 장면이 있는데, 일본이 항복하고 광복이 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만주의 동포들이 다같이 "집에 가자. 집에 가자. 집에 가자!"하며 외치는 장면이다. 집이라는 단어에서 다가오는 감정은 한가지로 정의할 수 없을만큼 복잡하고 깊다.
그래서 몸은 여기 있어도 마음은 늘 집으로 향하는 어르신들의 눈빛을 어찌 달래줄 수 있을 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