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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날이 온다면...
 작성자 : 남해요양원
Date : 2017-08-09 13:52  |  Hit : 1,157  

고향으로 오기 전, 몇 년동안 살았던 곳은 24시간 젊은이들로 붐비는 대학가 주변 동네였다.

그 동네가 제일 조용해지는 시간은 일요일 오전이었다. 밤새 클럽이나 술집에서 열기를 방출하던 젊은이들은 동이 터오는 일요일 새벽이 되어서야 삼삼오오 그 동네를 떠났다. 이른 아침 목욕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설 즈음이면 동네가 쥐죽은 듯 고요했다. 집 문만 열면 젊은이들의 무리가 파도처럼 거리를 오가는 동네여서 그 아침의 고요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낯선 것이었다. 남해로 주거지를 이전하고 나서 집 문만 열고 나가면 보이는 어르신들, 병원과 요양원에서 수시로 마주치는 어르신들의 풍경에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어르신들은 대부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알츠하이머 장애를 앓고 계시고, 그 양상은 각자 살아오신 삶이 투영되어 나타나는 듯하다. 어떤 어르신은 '애들 밥 해주러 가야 하는데...'하시며 밤새 복도를 서성거리시고, 정수기에서 물을 떠 방으로 계속 나르는 분도 계시고, 논에 물 대러 가야하는데 사람들이 못 가게 해서 벼가 다 말라 죽겠다며 발을 동동 구르며 안타까워 하시는 분, 저녁만 되면 온 병실 불을 끄러 다니며 '전기세가 얼만데, 그걸 내 아들이 다 내는데...'라고 하시는 분도 계시다. '바깥에 우리 애들이 나 보러 왔는데, 기다리는데 나가야 한다'며 엘리베이터 앞에서 떠나지 않는 분도 계시고, 와병환자들의 이불을 걷으며 게을러 빠져서 누워만 있다고, 빨리 일어나 일하러 가라고 소리치는 분도 계시다.

그 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사람이 무엇을 어떻게 하며 사는가'의 문제는 먹고 사는 영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생 농사 짓고 애들 밥 먹이고 학교 보내며 살아오신 삶의 습관이 끈질기게 남아있는 어르신들의 눈동자는 슬프기도 하고 애닯기도 해서 오래 바라볼 수가 없다. 

이따금 고개 들어 저 멀리 푸르른 하늘을 보며 가만히 생각한다. 

'나에게 노년의 시간이 찾아왔을 때 과연 나는 무엇에 집착하며 무엇을 그리워할 것인가?'

끄적거리는 것을 좋아해 요즘도 서점의 문구 코너에서 한참 시간을 보내니, 그런 날이 온다면 사방팔방에서 볼펜이나 노트를 가져와 잔뜩 쟁여놓고 있을까? 

그래서 지금 이 시간 내가 유독 좋아하는 것들이 나를 행복하게 해주더라도, 아직 오지는 않았지만 기필코 오고야 말 그 날을 생각한다면 가장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감정의 파고를 낮추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성현들의 가르침을 빌리자면 '그 무엇에 대한 집착'을 조금이라도 가벼이 하는 것이 미래를 준비하는 첫 걸음이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매미의 울음소리와 풀벌레의 노래가 아침 저녁으로 공존하는 여름의 막바지, 겸허히 가을을 준비하는 자연을 닮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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